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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일보] 아침 세평 '바이러스 시대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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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5-07 14:42 조회20,0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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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시대의 명암

톡톡 브레인 심리발달 연구소 박병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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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터널의 종착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곁을 쉽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며칠 전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러 한 식당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봤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종업원이 손 세정제로 소독을 하라는 주문을 먼저 해왔다. 이윽고 비대면 주문기에 메뉴를 입력한 다음 계산을 미리하고 테이블을 골라 자리를 잡았다. 주문을 할 때 받았던 번호표를 든 채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주변을 둘러보니까 모든 것이 셀프였다. 반찬과 물을 가져와 세팅을 했다. 음식을 주문하여 먹는 과정에서부터 뒷마무리를 할 때까지의 전 과정이 비대면이었다. 앞으로 우리에게 현실화될 새로운 서막이 열리고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시민들에게 많은 교훈과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인간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특히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일수록 어려움이나 충격의 강도가 컸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사회적 안전망이다. 이런 측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난지원금이 빨리 지원되어야 한다. 괜찮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증세가 있으면 이들은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더 잘 발휘할 여건이 된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삶의 일선에 설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일자리를 잃고 아무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절망을 하게 된다. 절망은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죽음에 이르는 병을 촉발한다.

인간은 죽음이 끝인 유한한 삶을 살면서도 절망하지 않는 것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고통이 단기간에 끝나려면 우리 사회의 안전망에 대한 촘촘한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 빈 곳은 촘촘하게 보완하고 치밀하고 정교하게 짜야 한다.

한편, 코로나 바이러스는 외환위기 때의 기억을 철저하게 소환하여 복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당시에 우리는 위기 상황에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국가를 목격했다. 과학과 통계에 근거하지 않은 과도한 자신감이 어떤 파국을 초래하는지를 온몸으로 겪었다. 지금의 위기가 짧은 고통으로 끝나게 하려면 현 상황과 미래에 대해 과학적이고 냉철한 분석에 기초해 모든 대책들이 세워져야 한다. 이를 간과하면 진짜 위기가 닥칠 것이다. 수많은 가정의 파괴, 노숙인의 증가, 자살률 증가와 같은 개인적 방어비용과 많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 문제들이 극심하게 우리를 괴롭히게 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삶의 가치를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의 추구나 자연의 법칙을 거스렸던 삶의 방식을 반성적으로 돌아보고 성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유명한 관광지를 거침없이 여행하고 그곳을 오염시킨 행위들을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세계 경제의 역성장과 셧다운은 경제적 측면에서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연이 자연답게 회복되고 치유됨으로써 지속 가능한 지구로 변모시키고 있는 모습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또한 무병장수를 추구하는 인산의 기대와 바램이 이름을 붙이기도 어려운 바이러스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매일 일상에 감사해야 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물질 위주의 삶의 태도, 가족을 위한다면서 가족이 없었던 삶, 브레이크 없이 질수 했던 완급 없는 삶, 파상적인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여전히 건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외에서 귀국하지 못하는 국민들을 위해 전세기를 띄워 귀국시키는 모습에서 참다운 국가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자신의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의료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의료인의 모습에서 엄지척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경외심을 느낀다. 이에 반해 정말로 퇴치해야 할 바이러스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생과 사를 넘나들었던 사람들과 이 와중에서도 자신들의 안위만 지키려는 사람들이 묘하게 대비된다. 손에 든 것을 놓아야 다시 무엇인가를 쥘 수 있는 법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고통의 순간을 이기고 행복의 길로 가려면 삶을 긴 지평선으로 바라다볼 것을 인간에게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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