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일보] 비대면 사회를 건너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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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사회를 건너는 방법
광남일보 2020년 10월 08일 목요일 '비대면 사회를 건너는 방법' 박병훈, 톡톡 브레인 심리발달 연구소 대표
어느새 비대면이 뉴노멀이 되어 가고 있다. 사람들은 비대면 사회를 미래 사회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오히려 비대면 사회를 빨리 종식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역기능이 상상하기 싫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가장 큰 적은 우습지만 마스크이다. 인간의 지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만든 신약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하면 텔레반이라고 놀림을 당했다. 그런 마스크가 인류의 구원자가 되었다.
그런데 마스크를 착용하면 상대의 표정을 살필 수 없다. 아니 상대가 누구인지를 알아차릴 수가 없다. 마스크는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완전히 차단시켜 버렸다.
필자도 당혹스러운 경험을 여러 번 하고 있다. 출강을 하고 있는 대학에서 비대면 강의를 첫 주에 한 번 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학생들의 얼굴과 표정을 익히고 살필 수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교과 지식이 아니라 비형식적 교육 내용인 아이들의 사회성은 어떻게 기르고 정서적 공감능력은 어떻게 기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야, 남녀, 지역 간의 갈등과 정쟁은 대부분이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 이해의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것은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고립되고 격리된 환경 속에서 상호작용의 부족으로 생긴 결과이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외와 차별과 폭력과 배제를 숱하게 경험하면서 분노를 키워왔기 때문이다. 고통을 당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적대감과 분노의 폭탄을 터트리지는 않는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지만 사람을 통해 치유받기 때문이다. 코로나와 마스크는 이런 치유기능을 상당 부분 마비시키고 있다.
비대면의 일상화는 많은 증후군을 만들 것이다. 혼자서 밥을 먹고 같은 공간인 강의실이나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가 누군지도 알지 못한다. 이들에게는 네트워크가 없다. 동창이 있을 리가 없고 더군다나 동문이라는 단어는 매우 낯선 단어가 될 것이다. 이들이 어려움을 당할 때 어떻게 해결할까? 유튜브나 지식인에게 물을까? 지니에게 물을까?
이번 추석은 비대면 시대에 맞이한 첫 번째 사건으로 기록될 일이다. 혹자는 명절증후군이 없어서 좋다고 했다. 누구는 가 녹이 모이지 않아 다툼이 없어 좋았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런 느슨한 가족 간의 유대감의 약화가 과연 약일까?
비대면 시대를 오래 겪다 보면 학습된 무기력감이 생긴다. 학습된 무기력감은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경험 세계를 제공한다. 그들이 경험하는 공통 세계는 집단 무의식으로 작용한다. 개인을 구성하는 원형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국 전쟁을 경험한 세대와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가치관과 삶의 양식이 다른 것처럼 이 시기를 오래 겪다 보면 사람들이 그전과는 매우 다른 새로운 가치와 태도와 규범을 내면화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혼자 사는 삶, 언택트를 변화시킬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이에 정렬해 정책을 만들고 추진해 나가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학습된 무력감으로 인해 새로운 삶을 향해 도약하려는 최소한의 늘이지 와 노력조차도 기울이지 않는 삶은 슬프다.
무력감을 학습하면 인지적 결손과 전반적인 부정적 정서를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비대면 상태에서 느끼는 이러한 역기능을 개선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고 한 가지 방법이다.
비대면 상태를 하루빨리 접촉의 상태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인간은 만남으로써 자라고 완성되어가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것을 배운다. 예를 들어 책을 통해서도 간접적인 경험을 한다. 그러나 선험적인 경험을 많이 한 사람들에게 배우지 않고 제 길을 바로 걷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사람의 통찰과 지혜와 지식의 도움을 받으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일도 쉽게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앞에 있는 길을 알고 싶으면 돌아오는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 비대면으로는 힘든 일이다. 사람에게 가장 큰 가르침은 인생 그 자체에서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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