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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일보] 잊어야 할 기억, 잊지 않아야 할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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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1-23 14:46 조회16,8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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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야 할 기억, 잊지 않아야 할 기억

광남일보 2021년 1월 '비대면 사회를 건너는 방법' 박병훈, 톡톡 브레인 심리발달 연구소 대표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작심삼일이 될망정 누구나 꿈과 희망을 가진 채 시작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신축년인 올해는 그 풍경이 사뭇 다르다. 여전히 드리운 코로나의 그림자는 짙고 어둡다. 예전 같으면 설레며 기다리던 첫눈도 삶의 무게를 더하는 무거운 짐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근심이 파묻힌 흰 눈 속에서 희망이 꼼지락거리며 솟아나길 바란다.

신축년의 새해는 낯설다. 신년 하례회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가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다. 지금은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은 평행선을 교차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코로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돈과 부를 쟁탈하려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부류들은 풍겨오는 돈 냄새를 맡으려고 오감을 집중하며 한몫을 잡기 위해 눈을 부라리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코로나가 남긴 과거의 상처를 기억하고 이를 교훈으로 삶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내면의 가치, 연대와 협력, 삶의 규모를 줄이려는 다운사이징,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는 싫든 좋든 새로운 길을 요구한다. 인간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망이 가능한 학습이 필요하다.

학습은 반복적인 경험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학습된 정보는 기억을 가능하게 한다. 기억은 향수를 자극한다. 반면에 아픈 고통의 실마리를 당기는 끈이 되기도 한다.

이 순간에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기억해야 할 일은 이들 모두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라는 것이다. 소중하지 않은 목숨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기를 과대 포장한 사람들의 몰락도 지켜봤다. 청빈과 무소유를 가르치면서 누구보다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을 보았다.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던 어느 유명 강사가 조용하게 무대 뒤로 사라지는 일도 목격하였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 줌도 되지 않는 지식으로 모든 사건에 참견하며 의견을 다는 사람을 사이버 공간에서 날마다 만났다. 어떤 목사는 불법집회를 개최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시키고도 죄책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을 지켜보아야 했다.

이 사람은 실정법상 무죄를 선고받은 후 엉뚱한 곳에 손가락질을 해댔다. 이 사람에게 십자가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 중의 압권은 정치권이다.

이들에게 시민들의 무너진 삶은 안중에도 없다. 자신들의 자리보전과 특권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중대재해 처벌 법은 국민들의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지만 자본의 논리 앞에서는 구차하다. 효율성과 경제논리 때문에 발생한 코로나의 역습을 벌써 잊은 듯하다.

금년 한 해에는 진정한 행복은 똘똘한 한 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머릿속에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회로를 형성하는 데 스물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배운 내용을 장기기억에 저장하여 습관이 되게 하려면 다시 육십 삼일이 필요하다. 말로 상처받은 감정은 마흔 번의 좋은 말이 있어야 치유된다. 이런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삶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현시켜나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삶의 태도는 욕망을 부채질한다.

욕망에 쫓기는 인간은 만족에 끝이 없다. 우리의 욕망은 언제 어디서나 넘치는 정보에 의해 끊임없이 자극받는다. 자극으로만 끝나지도 않는다. 상대와 비교를 한다. 비교를 통해 욕망을 부풀리고 팽창시킨다.

우리는 지금까지 하고 싶은 일은 하는 삶의 방식을 취해왔다.

이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하는 삶의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낙관적 태도, 합리적인 목표 설정, 유머러스한 생활, 돈독한 대인관계와 같은 직접적인 행동이 신축년의 행복을 증가시킬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짓밟고 있는 삶의 시기에 친절과 감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할 수 있다. 용서하는 마음을 품는 것도 나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의 안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와 같은 삶의 태도는 스스로를 가치 있게 만드는 행위이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삶의 의미를 복 돋우는 행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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