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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가소성 – 스스로 변하는 놀라운 능력 덧글 0 | 조회 803 | 2017-07-07 15:30:52
관리자  

 

 물리학적으로 가소성(plasticity)이란 외부에서 주어진 힘에 의해 물체가 변형되었을 때 다시 원상태로 복원이 되지 않는 특성을 말한다. 모든 물체는 자신만의 탄성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밀가루에 물을 적당히 부어서 반죽을 한 다음 밀가루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러보면 어떤 경우에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어떤 때는 원 상태로 돌아오지 않고 쏙 들어가 있는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이것은 밀가루가 가지고 있는 탄성의 한계 내의 힘으로 누르면 원상태로 복원되지만 그 이상의 힘으로 누르면 복원되지 않게 된다.

용수철의 경우도 이와 같다. 용수철을 적당한 세기로 잡아 당겼다 놓으면 원상태로 돌아간다. 하지만 세게 잡아당겨 완전히 늘리면 용수철의 탄성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처럼 탄성한계를 벗어난 힘에 의해 원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성질을 가소성이라 한다.

 

뇌의 경우에 외부에서 가해지는 물리적인 힘이란 없다. 힘의 개념 보다는 정보의 개념이 중요하다.

뇌는 감각 신경에 의해 전송되어지는 정보에 따라 스스로 자신의 신경망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그 형태를 바꿔나간다.

이것이 마치 물리적인 가소성과 비슷하기 때문에 뇌 가소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뇌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우리가 너무 기계적인 개념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외부 자극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개념에 낯설다. 과거 오랫동안 뇌는 한번 정해지면 변하지 않는 전기회로나 수도파이프와 같은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다.

 

다행히 17, 18세기에 해부학이 발달하면서 뇌가 여러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신경이라는 것에 의해 전신의 기관이나 근육들과 통신한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특히 1751년에 벤자민 프랭클린에 의해 전기에 대해 새로운 이해가 이루어지고 19세기초에 알바니와 레이몽드에 의해 뇌 스스로 전기를 발생시켜 인체의 다른 부분과 통신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경은 뇌가 통신하기 위한 전선과 같은 것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였다.

 

1888년에 골지에 의해 신경세포를 염색할 수 있는 시약이 발명되자 카할은 이를 이용하여 신경은 파이프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뉴론이라는 기본 세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주장하였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뉴론독트린이다. 하지만 골지는 과거의 파이프 개념을 지지하였다. 1906년 골지와 카할은 공동으로 노벨상을 받았지만 두 사람의 운명은 전혀 달랐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카할의 손을 들어주었다. 1950년대에 전자현미경이 발명되어 뉴론과 뉴론이 시냅스에 의해 연결된다는 것이 관찰되고 나서야 비로소 뉴론독트린은 인정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뇌와 신경구조에 대한 이해와 발견에도 불구하고 뇌의 기능적인 특성에 대한 이해는 아직까지도 걸음마 수준이다. 갈렌이 뇌를 해부해서 소뇌는 조금 딱딱하고 대뇌는 부드러워 소뇌는 운동기능을 담당하고 대뇌는 기억이나 감정 기능을 담당한다고 주장한 것은 뇌의 기능이 국지적으로 분화되어 있다는 뇌기능 국지설의 시작이었다. 이후 뇌기능이 뇌 부위별로 분산되어 정해져 있다는 설은 거의 정설처럼 굳어졌다.

 

카할의 뉴론독트린이 인정되고 시냅스에 의해 각 뉴론의 축삭(정보가 출력되는 신경섬유)과 수상돌기(정보가 입력되는 신경섬유)가 시냅스에 의해 연결되어 정보를 처리하면서 새로운 시냅스가 발달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기능이 부위별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떤 부위가 파괴되면 그 기능은 영원히 상실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1920년대에 칼 래슬리(Karl Lashley)는 원숭이 뇌의 운동피질이 매주 변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원숭이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시냅스가 발달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물들에게서 발견되는 시냅스 가소성은 인간의 성인에서도 발생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특히 환경이나 경험에 의해 새로운 시냅스가 형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80년대에는 성인 올빼미 원숭이들을 상대로 피질에서의 가소성을 실험하였다. 우선 손가락중 하나를 잘라내서 그것을 통제하는 피질의 시냅스가 어떻게 되는가를 관찰하였다. 몇 달후 잘라낸 손가락을 담당하던 피질 영역은 이제 다른 손가락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해당 부위가 없어졌다고 담당 피질영역이 파괴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오히려 연관된 다른 부위와 새로운 시냅스를 연결하여 그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발견은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피질영역에서 이루어진 가소성에 대한 발견이다.

 

1990년대에는 전혀 다른 기능을 담당하는 피질영역에서의 가소성을 발견하였다. 왼팔을 잃어버렸는데 그 부분을 담당하던 우뇌 운동피질 영역이 오른팔을 담당하는 좌뇌 운동피질과 연결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은 가소성이 국지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대뇌 피질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광범위한 가소성은 놀라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시력을 상실한 맹인들의 경우 청각 기능이 강화되어 정상인들보다 더 잘 듣게 되는 경우나, 사고로 한쪽 팔이나 다리를 잃어서 없어졌는데도 마치 그 팔이나 다리가 아픈 것처럼 느끼는 유령사지(phantom limb)에 대한 예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 노먼 도이지가 쓴 기적을 일으키는 뇌라는 책은 바로 뇌 가소성이 불러일으킨 기적적인 변화를 적은 책이다. 잃어버린 시각을 청각기능을 이용해 되살린 사례 등은 외부 환경이나 경험에 의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뇌 가소성이 우리에게 얼마나 무한한 능력과 기회를 제공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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