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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일보] 아침세평 ' 한글날과 국정감사의 머나먼 거리' 덧글 0 | 조회 19,368 | 2018-10-18 14:57:59
관리자  

 

 

 

한글날과 국정감사의 머나먼 거리-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박병훈

  문턱을 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보다. 매년 실시되는 국정감사 말이다.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여야 간의 기싸움은 국정감사의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하는 것이다. 국회가 입법 기능 외에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일이다. 그 자리는 국민을 대신하는 자리다. 국민들의 시각으로 비판과 견제와 대안이 춤춰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하고 있는 행태는 바보들의 잔치처럼 보인다. 그들이 내뱉는 말에는 품격이 없다. 그들의 언어에는 자당 이념에 따른 손익계산의 물결만 넘실거린다. 고성과 삿대질, 비난의 저급한 문화만 보인다. 최소한의 양심도 없다. 그들의 기억력 밑바닥에는 끝이 없다.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와는 기준이 영 딴판이다. 오른쪽 깜빡이를 켜고 갑자기 왼쪽으로 끼어드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마치 동기적 기억 상실증 환자 같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쉽게 잊어버리려는 동기로 인해 기억을 지우는 것 말이다.

  승자의 자리에만 익숙한 나머지 다른 자리에 섰을 때 두려움과 스트레스는 탈출로를 찾게 만든다. 그 탈출로는 자신을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하지만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타인에게 탓을 전가하는 투사는 병의 원인이 된다. 우리 사회는 소유와 물질과 권력을 찾아 거침없이 폭식하는 먹방사회가 되었다. 심하게 병이 들었다. 병은 치유해야 한다. 사회적 약속이나 인간에 대한 존엄성보다 본능이 우선하는 저급한 사회는 치유가 필요하다. 자신의 잘못됨을 반성하지도 않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무엇이 바람직하지 않은지 준거가 없는 사회에서는 목소리로 힘의 우위를 추구한다. 그 치유 방법은 역지사지와 다양성의 존중이다.

  얼마 전 한글날을 맞이한 바 있다. 세종실록을 살펴보면 1446년 음력 9월에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 당시 백성들은 글자를 배울 길이 거의 없었다. 그러므로 일반 백성들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관청에 호소할 방법이 없었다. 제판의 결과가 아무리 억울해도 바로잡아주기를 요구할 도리도 없었다. 안부를 주고받는 편지를 쓰려고 해도 어려운 한문으로는 쓰기 힘들었다.
이런 어려움을 보고 들은 세종대왕은 마음이 아팠다. 한글의 창제는 이런 백성들의 삶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됐다. 애민사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물론 한글을 창제하는데도 저항이 심했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백성들의 시선으로 세상과 상황을 바라보고 인식했다. 그렇게 저항의 문턱을 넘었다. 국정감사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이 마음 깊이 생각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두 양극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세종대왕은 자리바꿈의 입장에 섰다. 세종대왕은 자신의 권위와 자리를 박차고 문턱을 넘었다. 그리고 백성의 마음속으로 들어갔다. 방안에 갇혀 있는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은 뻔하다. 천장이거나 벽면일 것이다. 국감장에서 보인 국회의원들은 당연함의 자리에 얽매여 있다.

정당한 비판에도 무감각하다. 권위주의의 냄새가 온몸에서 풍긴다. 당연함은 그들의 생활양식이다.
당연함의 뒤끝에는 불평과 불만이 따른다. 그럴 때 약속은 파기된다. 자신이 갑인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감의 위치에서는 섬김의 자세가 나올 수 없다.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약속도 같은 무리의 압력과 동조 때문에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 고정된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정된 현실이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은 비현실적이다. 고정된 믿음을 재빨리 버리고 문턱을 넘은 사람들은 적응과 재적응을 훌륭하게 해 나간다. 반대로 과거의 오래된 현실에만 집착한 사람들은 패배감과 좌절감, 열등감으로 무너진다.

  우리의 대표들이 국민들의 행복을 앗아가고 탈취하는 행복 탈취범들이 더 이상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도 이제 시선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기여하는 어떤 일을 해보라는 이야기이다. 국민들에게 기여하는 국회의원이 되길 바란다. 그런 약속이 희망이 되고 그 희망을 가을 하늘처럼 품을 수 있는 우리의 삶이 되기를 희망한다. 내 욕심과 고집을 무너뜨리는 가을을 보낼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라고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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